그런 말이 있다. 농사는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다고.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이래경 농부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자식 키우는 것 같아서 힘들다’는 뉘앙스가 아닌, ‘힘들지만 그럼에도 보람이 느껴진다’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말투였다.
강원도에 사업을 위해 왔다 차마 인연을 끊을 수 없어 정착했다는 이래경 농부. 감자와 무를 기르며, 농사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생각 이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작물 시세도 계속 변하니까. 그럼에도 농사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농사지을 수 있는 이유”라고.

Q. 농부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올해로 농사 지은 지 한 12년 됐어요. 처음엔 상추만 재배하다가, 근처에 들깨 농사하는 젊은 청년이 감자 한 번 심어보라 하더라고요. 강원도 젊은 농부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단체 사람 같았어요. 그때부터 로즈 종자로 시작했고, 지금은 ‘통일', ‘골든볼’, ‘설봉'이라는 세 가지 종자를 기르고 있어요. 올해로 감자밭과 협업한 지는 3년 됐네요.

Q. 상추에서 감자로 작물을 바꾸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상추도 돈은 충분히 됐어요. 문제는 작물 특성상 매일 관리를 해줘야 해서 제가 힘들기도 있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감자 재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농부라는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셨나요?
A. 원래 강원도는 사업차 왔어요. 그러다 농민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인연을 지키고 싶어서 어쩌다 보니 농사도 짓게 됐죠. 이전에는 전라도에서 동물들이 밭에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전기 울타리 사업을 했어요. 강원도는 큰 매력은 없지만…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어요. 맛도 좋고요. 농사짓기는 힘들지만, 강원도 농산물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Q. 농부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A. 보통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서 밭으로 가요. 농작물부터 확인하고, 스프링클러 설치하고, 영양제도 주죠. 올해는 감자가 예전보다 물을 덜 먹어서, 밭에 물을 대는 일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아침이 끝나요.
Q. 계절마다 일과가 다르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A. 봄에 감자를 심어서 기르고, 수확이 끝나면 초여름에 무를 심어요. 추석 후에 무를 수확하고, 겨울철에는 밭이 쉴 수 있게 두죠. 다른 농부들은 배추나 들깨를 기르기도 해요.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무와 감자가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무를 기르게 됐어요. 주로 여름에 잘 자라는 강정무를 기르고 있습니다.
 | Q. 12년 동안 농사 지으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A.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농사는 잘 되면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안 되면 정말 힘든 일 같아요. 솔직히 귀농이나 귀촌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면 저는 말리고 싶어요. 몸이 힘든 것도 있고, 보상도 적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계약재배를 많이 해요. 감자밭하고 일하는 것처럼.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거든요.
"농사 짓는 건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달라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농산물이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는 경매 단가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 맞춰야 하거든요. 중간 유통업자들이 사재기를 해서 가격을 더 높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사과가 계속 비싸다는 말이 많잖아요. 중간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물량을 풀지 않는 게 문제에요.
Q. 농부님들과 고객이 직거래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A. 전 직거래도 힘들다고 생각해요. 농부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가공도 하고 판매도 하면서 영업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거든요. 정부에서도 6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시행하긴 했지만, 젊은 분들이 와도 각자 잘 하는 일을 맡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농사는 저희가 잘 짓고, 가공이나 영업은 전문가들이 해야죠. |
Q. 감자밭과 일하시면서는 어떠셨나요?
A. 감자밭이 그래서 고맙죠. 저는 열심히 생산에만 집중하면 되고, 감자밭은 가공과 영업을 맡아 주니까요. 각자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커요.
Q. 감자밭과 일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상추 농사를 할 때는 인력이 제일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감자 수확할 때만 인력을 쓰면 돼서 힘을 덜 들이게 됐어요. 예전에는 직원 6명과 같이 일했는데, 농사도 짓고 직원 관리도 해야 해서 신경쓸 게 많았거든요. 지금은 직접 감자를 심고 관리도 하니까, 예전보다 자유로워요. 계약재배 방식으로 일하니까 안정성도 생겼고요.
Q. 처음에는 어색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밭과 일하면서 신뢰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감자 농사 시작했을 때는 로즈홍 종자를 심었어요. 그런데 가을에 욕심을 내서 농사를 망친 거예요. 강원도는 겨울이 빨리 와서 감자가 충분히 크질 않더라고요. 그때 감자밭 쪽에서 다른 종자로 시도해보자고 제안했고, 봄 농사도 도와줘서 고마웠죠. 첫 해에는 감자밭 쪽에서 거름이나 격려금 같은 지원도 해줬고요. 봄에는 대금 10% 정도를 농사에 쓸 수 있게 미리 보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Q. 다른 일을 하시다 농사를 시작하셨고, 12년 동안 지속하고 계신데요. 오랫동안 꾸준히 일해오신 비결이 있을까요?
A. 원래 안산에 집이 있었는데 가족들하고 같이 여기 화천으로 왔거든요. 가족들이 너무너무 좋아해요, 정말로. 도시에서는 아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갈 데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여긴 어딜 가도 사람들이 반겨주고, 가볍게 인사도 나누고요. 아이들도 공부만 안 해도 되는 게 좋고요. 행복해하는 가족을 보면서 버티는 것 같아요.
Q. 농사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마음을 다잡으시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A. 그냥 ‘아,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물론 스트레스는 받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스트레스 받으면, 제 손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회도 다니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Q. ‘농사’를 한 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걸까요?
A. 남들 말하는 것처럼, 자식 키우는 거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천재지변의 영향도 있으니까 더 힘든 것도 있죠.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걸
하루하루 하는 게 농사라고 생각해요."
 | | 농부님 감자를 만나게 될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제가 감자빵을 나눠준 사람 중에 맛없다는 사람은 못 봤어요. 제 딸한테도 친구들과 같이 먹으라고 줬는데, 다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손수 기른 감자가 들어가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짓고 있습니다."
|
그런 말이 있다. 농사는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다고.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이래경 농부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자식 키우는 것 같아서 힘들다’는 뉘앙스가 아닌, ‘힘들지만 그럼에도 보람이 느껴진다’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말투였다.
강원도에 사업을 위해 왔다 차마 인연을 끊을 수 없어 정착했다는 이래경 농부. 감자와 무를 기르며, 농사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생각 이상으로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날씨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작물 시세도 계속 변하니까. 그럼에도 농사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가족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농사지을 수 있는 이유”라고.
Q. 농부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올해로 농사 지은 지 한 12년 됐어요. 처음엔 상추만 재배하다가, 근처에 들깨 농사하는 젊은 청년이 감자 한 번 심어보라 하더라고요. 강원도 젊은 농부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단체 사람 같았어요. 그때부터 로즈 종자로 시작했고, 지금은 ‘통일', ‘골든볼’, ‘설봉'이라는 세 가지 종자를 기르고 있어요. 올해로 감자밭과 협업한 지는 3년 됐네요.
Q. 상추에서 감자로 작물을 바꾸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A. 상추도 돈은 충분히 됐어요. 문제는 작물 특성상 매일 관리를 해줘야 해서 제가 힘들기도 있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감자 재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농부라는 직업은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셨나요?
A. 원래 강원도는 사업차 왔어요. 그러다 농민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그 인연을 지키고 싶어서 어쩌다 보니 농사도 짓게 됐죠. 이전에는 전라도에서 동물들이 밭에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전기 울타리 사업을 했어요. 강원도는 큰 매력은 없지만…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어요. 맛도 좋고요. 농사짓기는 힘들지만, 강원도 농산물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Q. 농부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A. 보통 새벽 5시 반에 집을 나서서 밭으로 가요. 농작물부터 확인하고, 스프링클러 설치하고, 영양제도 주죠. 올해는 감자가 예전보다 물을 덜 먹어서, 밭에 물을 대는 일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면 아침이 끝나요.
Q. 계절마다 일과가 다르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A. 봄에 감자를 심어서 기르고, 수확이 끝나면 초여름에 무를 심어요. 추석 후에 무를 수확하고, 겨울철에는 밭이 쉴 수 있게 두죠. 다른 농부들은 배추나 들깨를 기르기도 해요.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무와 감자가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무를 기르게 됐어요. 주로 여름에 잘 자라는 강정무를 기르고 있습니다.
Q. 12년 동안 농사 지으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A.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농사는 잘 되면 본전이고, 조금이라도 안 되면 정말 힘든 일 같아요. 솔직히 귀농이나 귀촌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면 저는 말리고 싶어요. 몸이 힘든 것도 있고, 보상도 적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계약재배를 많이 해요. 감자밭하고 일하는 것처럼.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거든요.
"농사 짓는 건 이상과 현실이 많이 달라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농산물이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는 경매 단가가 정해져 있어서 거기 맞춰야 하거든요. 중간 유통업자들이 사재기를 해서 가격을 더 높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사과가 계속 비싸다는 말이 많잖아요. 중간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물량을 풀지 않는 게 문제에요.
Q. 농부님들과 고객이 직거래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A. 전 직거래도 힘들다고 생각해요. 농부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가공도 하고 판매도 하면서 영업까지 하려면 너무 힘들거든요. 정부에서도 6차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시행하긴 했지만, 젊은 분들이 와도 각자 잘 하는 일을 맡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농사는 저희가 잘 짓고, 가공이나 영업은 전문가들이 해야죠.
Q. 감자밭과 일하시면서는 어떠셨나요?
A. 감자밭이 그래서 고맙죠. 저는 열심히 생산에만 집중하면 되고, 감자밭은 가공과 영업을 맡아 주니까요. 각자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커요.
Q. 감자밭과 일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상추 농사를 할 때는 인력이 제일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감자 수확할 때만 인력을 쓰면 돼서 힘을 덜 들이게 됐어요. 예전에는 직원 6명과 같이 일했는데, 농사도 짓고 직원 관리도 해야 해서 신경쓸 게 많았거든요. 지금은 직접 감자를 심고 관리도 하니까, 예전보다 자유로워요. 계약재배 방식으로 일하니까 안정성도 생겼고요.
Q. 처음에는 어색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감자밭과 일하면서 신뢰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감자 농사 시작했을 때는 로즈홍 종자를 심었어요. 그런데 가을에 욕심을 내서 농사를 망친 거예요. 강원도는 겨울이 빨리 와서 감자가 충분히 크질 않더라고요. 그때 감자밭 쪽에서 다른 종자로 시도해보자고 제안했고, 봄 농사도 도와줘서 고마웠죠. 첫 해에는 감자밭 쪽에서 거름이나 격려금 같은 지원도 해줬고요. 봄에는 대금 10% 정도를 농사에 쓸 수 있게 미리 보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Q. 다른 일을 하시다 농사를 시작하셨고, 12년 동안 지속하고 계신데요. 오랫동안 꾸준히 일해오신 비결이 있을까요?
A. 원래 안산에 집이 있었는데 가족들하고 같이 여기 화천으로 왔거든요. 가족들이 너무너무 좋아해요, 정말로. 도시에서는 아는 사람이 한정돼 있고, 갈 데도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여긴 어딜 가도 사람들이 반겨주고, 가볍게 인사도 나누고요. 아이들도 공부만 안 해도 되는 게 좋고요. 행복해하는 가족을 보면서 버티는 것 같아요.
Q. 농사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마음을 다잡으시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A. 그냥 ‘아,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물론 스트레스는 받죠.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스트레스 받으면, 제 손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회도 다니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어요.
Q. ‘농사’를 한 마디로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걸까요?
A. 남들 말하는 것처럼, 자식 키우는 거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천재지변의 영향도 있으니까 더 힘든 것도 있죠.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걸
하루하루 하는 게 농사라고 생각해요."
| 농부님 감자를 만나게 될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제가 감자빵을 나눠준 사람 중에 맛없다는 사람은 못 봤어요. 제 딸한테도 친구들과 같이 먹으라고 줬는데, 다들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손수 기른 감자가 들어가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짓고 있습니다."